아내는 술을 잘 안 마시는데 어쩌다 한번 많이 마시는 날은 우는 버릇이 있다.
길거리에 앉아서 목놓아 우는 것이다.
울다가 나한테 전화를 해 평소 불만을 얘기하면서 술주정을 해댄다.
그러면 나는 그런 아내를 찾아서 집으로 데리고 온다.
어느날이었다.
이 날도 아내는 술을 많이 마신 모양이다.
이 날은 다른 날보다 술을 더 마셨는지 발음이 분명치 않고,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도 잘 몰랐다.
전화 너머로 계속 우는 소리가 들려오다가 잠이 들었는지 대답도 없다.
전화를 다시 걸었더니, 전화기가 꺼져 있었다.
나는 가슴이 쿵 내려앉았다.
바로 차를 몰고 동네 여기저기를 찾아헤맸다.
아무리 찾아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경찰서에 연락을 해볼까 별별 생각이 다 들었다.
전화를 다시 했더니 신호는 가는데 계속 받지 않았다.
자정이 한참 지나고 2시가 넘은 시간, 또다시 동네를 뒤지며 다녔지만 찾을 수가 없었다.
집으로 가서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고 '싸이파워 메달'을 잡고 간절히 기도를 했다.
'제발 안전하게 집으로 돌아오게 해주세요!'
내가 태어나서 그렇게 간절히 기도해본 건 처음이었다.
그런데 잠시 뒤, 대문 밖에서 인기척이 나서 나가봤더니 아내였다.
너무나 반가워, 비틀거리는 아내를 집으로 데리고 들어가면서 물었다.
어떻게 집에 왔냐고.
나는 아내의 말이 잘 믿기지 않았다.
지나가던 렉카가 아내를 태워줬다는 거다.
'어찌 이런 일이!'
나의 간절함이 렉카를 불러들였다고밖에는 생각할 수 없는 기막힌 우연이 벌어진 것이다.
